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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의 경로, 잠시 머무는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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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옥의 키네틱 조각은 철새의 여정처럼 이동과 머무름을 반복하는 존재의 모습을 형상화한다. 날개의 반복적인 움직임과 고양이의 몸짓은 한 곳에 머물면서도 다른 곳을 향하는 상태를 드러낸다. 그로토의 안팎은 조각들이 잠시 깃든 경유지가 되어, 머무름과 다음 움직임 사이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Works

이동의 경로, 잠시 머무는 날개

김재원 (문화예술기획, 독립큐레이터)

살아 있는 존재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러나 이동은 단순히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가는 일이 아니다. 생존에 적합한 환경을 선택하고, 잠시 머물며, 다시 움직이는 일이다. 마치 철새처럼, 철새에게 이동은 계절의 변화에 대응하는 생존의 방식이며, 경유지는 여정의 종착점이 아니라 다음 비행을 준비하는 장소다. 머무름과 이동은 서로 대립하는 상태가 아니라 생을 지속하기 위해 맞물리는 과정이다.

이병옥의 키네틱 조각에서 움직임은 이러한 생존의 경로로 확장된다. 작품 속 새는 단순히 비상과 자유를 상징하는 대상이 아니다. 계절과 환경에 반응하며 이동하고, 낯선 장소를 통과하고, 잠시 머문 뒤 다시 떠나는 생명체다. 날개의 움직임과 미세한 흔들림, 불완전한 균형은 한곳에 머물면서도 다른 곳을 향하는 존재의 상태를 드러낸다. 여기서 움직임은 시각적 효과나 조형적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 환경을 감지하고, 이동의 방향을 선택하며, 다음 삶의 조건을 마련하는 본능의 표현이다.

철새의 이동 경로에는 출발과 도착만큼이나 중요한 중간 지대가 있다. 이동 중 에너지를 회복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다시 날아오를 힘을 확보하는 장소다. 이병옥의 작업에서도 역시 날개는 비행의 순간뿐 아니라 비행을 준비하는 시간까지 품는다. 움직임은 목적지를 향한 직선적인 진행이 아니라 멈춤과 재개, 이탈과 회귀가 반복되는 과정이며, 그 궤적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조건을 조정하는 존재의 시간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그로토 아트 윈도우>는 작가에게 이러한 경유지의 의미를 갖는다. 작업장을 옮겨야 하는 현실 속에서 작가는 이곳에 잠시 머물며 자신의 작업 환경을 옮겨 놓는다. 전시장에는 키네틱 조각과 함께 실제 작업장의 모습을 재구성한 공간이 펼쳐진다. 이는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이 만들어지는 환경과 그 안에 축적된 시간, 도구와 재료, 작업의 습관까지 전시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시도다. 작업장은 단순히 작품을 생산하는 장소가 아니라 작가의 삶과 노동, 사유가 지속되는 기반이다. 따라서 작업장의 이동은 주소의 변경만이 아니라 창작을 가능하게 했던 조건들을 해체하고 새로운 장소에서 다시 구성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가의 임시적인 전시 공간과 철새의 경유지는 서로 다른 존재의 이동을 연결하는 하나의 사유의 틀이 된다. 인간의 작업장 이전과 철새의 이동을 동일한 사건으로 환원할 수는 없지만, 두 과정 모두 장소와 환경의 변화 속에서 생존과 지속의 조건을 새롭게 마련한다는 점에서 만난다. <그로토 아트 윈도우>는 잠시 머무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다음 이동을 준비하는 장소다. 이곳에서 작업장의 풍경과 움직이는 조각은 완결된 정착의 모습보다 아직 진행 중인 변화의 상태를 보여준다.

키네틱 아트는 조각에 움직임을 도입함으로써 시간과 공간, 중력과 균형을 작품의 구성 요소로 다뤄 왔다. 이병옥의 작업은 이러한 조형적 탐구를 생명체의 이동과 생존이라는 서사로 연결한다. 작품은 물리적으로 한곳에 머물러 있지만 그 안의 날개는 끊임없이 다른 곳을 향한다. 움직임은 정착을 거부하는 몸짓이 아니라, 정착을 가능하게 하고 또 다른 이동을 준비하는 힘이다. 머무름은 멈춤이 아니며, 도착 역시 움직임의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동하는 존재가 어떻게 머무르고, 무엇을 남기며, 어떤 조건 속에서 다시 움직이는지를 묻는다. 작가의 작업장 이전과 철새의 이동 경로가 교차하는 이 전시는 도착의 결과보다 그 사이에 놓인 과정에 주목한다. 잠시 머무는 장소는 다음 이동을 위한 에너지를 축적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준비하는 공간이 된다. 결국 살아 있다는 것은 한곳에 완전히 정착하는 일만도, 끊임없이 떠나는 일만도 아니다. 머무는 동안에도 다시 움직일 가능성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생존의 경로이자 삶을 지속하는 방식이다.

WORKS

Woods, Motor, Gear Parts, Program Controller,

2022, w260*d260*h240(cm), Variable Size, Mixed Media

Running Cat

2020, w180*d180*h120(cm), Mixed Media

Woods, Motor, Gear Parts, Program Controller

연도 · 크기 · 재료 정보 준비 중

이동의 경로, 잠시 머무는 날개 작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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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의 경로, 잠시 머무는 날개 작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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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의 경로, 잠시 머무는 날개 작품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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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의 경로, 잠시 머무는 날개 작품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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